4차산업혁명과 의료규제

4차산업혁명과 의료규제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 (공학박사)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이런 4차 산업혁명에 편승하고 향후 어떻게 주도해갈 것인가는 우리나라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화 대열에 늦게 참여한 우리나라에게 4차 산업혁명의 도래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기존의 지능형 기술과는 달리 최근 발전되고 있는 소위 ‘딥러닝’ 기술은 영상, 음성 등 특정 영역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가장 지적인 게임이라고 일컬어지는 바둑에서 알파고의 약진은 모든 사람들에게 기대를 넘어선 공포를 선사하기도 했다.

의학분야에서도 인공지능기술의 도입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최근 유수의 해외 저널에서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안저촬영영상의 당뇨병증을 진단하는 것이 안과전문의와 필적하는 성능을 보인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또 국내에는 모 대학병원이 도입한 미국에서 개발한 전문가 판정보조시스템인 ‘왓슨’에 대한 희망섞인 보도들도 쏟아지고 있다. 필자들도 의료에 이러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자 적극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인공지능 기술이 미래의 의료의 질을 높이는 혁신적인 기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변화를 바라보는 반응들은 다양하다. 혹자들은 일부 의사를 대치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하고, 혹자들은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학은 질병에 대한 불완전한 이해와 제한된 치료법으로 인간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윤리적이고, 보수적이다. 따라서, 의료 산업도 필연적으로 규제 산업의 성격을 가진다. 많은 신기술이 의료에 들어왔으나, 줄기세포와 같이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윤리적 문제를 무시하고 섣부른 적용을 하면 연구를 하는 것이 어렵게 되었다. 이와같이, 의료에서는 미충족수요(unmet needs)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신기술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으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나 불완전성(instability)등으로 퇴출되거나, 제한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셀수 없이 많다. 예를 들면, 80년대 십대 환자들이 웃을때 교정장치가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감때문에, 설측교정-치아의 안쪽면에 교정장치를 붙여서 교정장치가 보이지 않게 교정하는 방법-이 개발되었지만, 결과가 만족하지 못해서, 의료현장에서 퇴출되었다. 이는 90년대에 초탄성을 가진 니틴올(nitinol)의 도입되기 전까지 지속되다가, 설측교정의 결과가 일반교정과 비슷해지면서, 가격이 비싸더라도 적극적으로 임상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문제점을 극복하고 의료의 한축이 되는 기술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사용되지 않는다. 의학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향후 인류가 점점더 잘살게 될수록 더 중요해질 것이다. 특히, 수많은 임상현장의 미충족수요를 해결하기위해서 적극적으로 신기술과 융합을 해야 한다.

이런 혁신적인 기술이 소개될 때 마다 두 가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기술에 대한 과장된 평가로 현 시스템의 장점을 무시하고, 새로운 기술로 교체해야 한다는 ‘기술신봉자’와 새로운 기술의 가진 가능성을 무시하기 때문에 혹은 새로운 기술이 가져올 영향에 대한 공포로 무작정 거부하는 ‘기술파괴자’들이다. 항상 그러하듯이 진실은 그 중간에 있다. 필자는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이 이후 의료시스템의 질을 높이고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질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 시스템의 장단점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의료진과 인공지능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고, 궁극의 목적인 보다 나은 진료를 위해 무슨 기술이 필요한 지를 같이 고민하고 개발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의료 또는 기존의 의료진은 서로 대립하고 있지 않다. 인공지능은 의료진 뿐아니라 기존의 의료를 강화하는 식으로 적용될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적극적인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들은 왓슨도 그 한계를 잘 이해하는 국내 의료진들이 국내의 진료정보를 통해 학습하여 활용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기술의 적극적인 수용은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교육 및 사회 시스템, 그리고 이에 영향을 받는 계층을 지원하는 것 또한 필요할것 것이다.

namkugkim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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